뉴트 오스본 (흑발, 23)오스본은 대기업 4대독자에 우월한 유전자를 지님, 부모님에게도 주변인들에게서도 나쁜 소리 안듣고 항상 좋은 소리,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서 밝고 감정표현에 솔직하다.
뉴트 아이작 (금발, 15)오스본과 달리 아이작은 하렘가에서 태어난 그는 태어난지 얼마되지않아 고아원 앞에 버려졌음. 일손이 항상 부족하기에 어린 그가 저보다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한다. 참고 인내한 기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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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보호해줄 어른은 없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몰랐다. 저를 낳아준 양친의 얼굴은커녕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눈이 휘몰아치던 겨울 날, 고아원 문 앞에 버려져있던 그는 삼년 전까지 고아원에서 맏언니 노릇을 했던 소녀에 의해 주어졌다. 어떠한 편지도, 짧은 족지조차 없었다. 신문더미에 파묻혀 추위에 죽어가던 갓난아이는-태어난 지 얼마 되 보이지 않았다- 고아원에 있던 몇 없는 책에서 따온 위인의 이름을 갖게 되었고, 그 날부터 그는 뉴트 아이작으로 불리었다.
어릴 때부터 뉴트는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도 단연 눈에 돋보였다. 화려한 금발, 작고 조막만한 얼굴에 크고 동그란 눈. 그가 저보다 키 큰 어른들을 올려다볼 때는 꼭 아기천사가 올려다보는 환상을 심어주곤 했다. 중년을 넘어선 늙은 여자원장은 그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다. 어린 그에게 몰래 사탕 하나를 쥐여 주었으며, 다른 아이들이 다가가면 매몰차게 굳은 표정에 비해 뉴트에게는 입술을 끌어올려 웃어주곤 했다. 그럴 때면 늙은 여인의 칙칙한 금발을 올려다보며 뉴트 또한 말갛게 웃었다. 어쩌면, 어쩌면 원장선생님이 우리 엄마일지도 몰라. 어린 꼬마아이는 아무에게도 말 못할 비밀을 품었다.
“뉴트, 원장 선생님이 부르셔.”
“원장 선생님이?”
“응. 빨리 오라셔.”
늙은 원장은 종종 그 혼자 원장실로 부르곤 했다. 자주 있는 일이라 다른 아이들의 시샘 어린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뉴트는 콩닥콩닥 거리는 마음으로 원장실로 향하였다. 몰래 사탕을 쥐여주던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뉴트를 방에 불러 작은 간식거리를 주었으며, 그가 글을 읽기 시작한 후로는 가장 먼저 깨끗한 책을 읽을 수 있는 특권을 주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뉴트는 그녀와 단둘만의 시간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가끔씩 그녀의 무릎에 그를 앉히고 어깨와 등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나직한 목소리로 선생님은 뉴트를 좋아해 라고 말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곤 했다. 저도요……. 뉴트는 사랑스럽게 웃었다.
오늘은 어떤 책을 주실까. 저번에 다 읽지 못했던 왕자와 거지의 뒷이야기가 궁금한데… 왕자와 거지는 친구가 되었을까? 왕자와 거지 모두 행복해졌을까? 기대감이 서린 그는 빠른 걸음으로 종종종 원장실을 향해 달려갔다.
조금 뛰었다고 그새 발그레해진 얼굴로 똑똑 노크하자 문 안에서 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매일매일 신에게 저의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여자. 들어오렴. 오늘따라 더 부드러운 원장의 목소리에 어린 뉴트는 힘을 주어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뉴트를 바라보며 늙은 원장이 웃고 있었다. 마주 웃으며 어린 아이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뉴트의 작은 소망이, 믿어왔던 희망이 철저하게 부셔진 날이었다.
‘역겨워.’
토할 것 같은 속내와 달리 뉴트는 얼굴에 어떠한 표정도 담지 않은 채 제 앞에 서있는 남성의 다리 사이를 바라보았다.
그 날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어른들의 배꼽을 겨우 넘어설까 작았던 뉴트는 무럭무럭 커서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 어릴 때의 작고 예쁜 얼굴은 여전히 작고 예쁘장했지만 못 먹고 자란 아이답게 가늘고 수척했다. 얇은 뼈대, 가늘고 긴 기럭지는 늙은 원장이 가고 새로 온 원장의 성적취향 또한 부합시켰다. 마녀 같은 웃음을 띄며 그를 희롱하던 그녀가 이 고아원을 떠난다 했을 때 얼마나 기뻐했나.
처음엔 그것이 무슨 행위인지 몰랐다. 겁에 질려 무섭다고, 하기 싫다고 울먹이며 말했을 때 아이는 처음으로 그 여자의 무겁게 가라앉은 소름끼치는 표정을 보았다. 어린 마음 한켠 엄마이길 바래왔던, 그녀. 저에게만은 상냥하게 대해주었지. 주름 낀 늙은 여자 아래 깔려 유린당하던 작은 몸둥아리. 점점 더 끔찍해져오는 여자의 기대, 부탁을 가장한 명령. 이제 더 이상 그 일을 당하지 않아도 돼. 여자가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쫓기듯이 살아오던 뉴트의 마음에 오랜만에 평안이라는 작은 새가 내려앉았다.
늙은 원장이 떠나고 새로운 원장이 고아원에 왔다. 이번엔 남자였다. 남자라는 소식에 그 누구보다 뉴트가 가장 많이 반겼다. 같은 남자니깐. 어쩌면, 어쩌면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이번에야말로 평범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고아원 아이들은 호기심이 담긴 눈으로 고아원 밖에서 늙은 여자원장과 인사를 나누는 새 원장을 바라보았다. 새로 온 남자원장은 풍채가 크고 배가 불룩 튀어나온 4-50대의 두꺼비를 닮은 아저씨였다. 고아원 문 안으로 그가 들어서자 그의 몸에 쩔어 있는 술, 담배, 그 밖에 쩐 내가 뒤섞여 마치 오물과도 같은 냄새가 훅 풍겨왔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뉴트 또한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자연스레 인상이 찡그려졌다. 아까와 달리 기대감이 식은 뉴트의 헤이즐넛색 눈과 새 남자원장의 어두운 녹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뉴트의 ‘어쩌면’은 이번에도 뉴트를 철저하게 배신했다. 뉴트는 그 눈빛을 알고 있었다. 늙은 여자가 저를 보며 짓던 눈빛이기에…. 뉴트는 절망했다.